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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파더>10

[소설 '파더'] 무제(3) 전후사정을 확인해보니 아구가 딱 맞아떨어지더구만, 일단 우리 셋만 아는 걸로 하고 비밀에 부쳤지, 드러나지 않는 또 다른 프락치가 있을 수도 있었으니까, 고민을 많이 했다. 역공작을 해볼까 까지 생각했으니까, 일단 지켜보기로 했지, 후에 알게 된 건데 영옥이가 노출된 것도 이 새끼가 꼬질러서였다더만 딴에는 영옥이를 보호하기 위해 그랬다고 했다나, 개새끼... 영옥이를 먼저 찾으려고 했어, 근데 복남이 형이 말렸어, 다음날 안기부에서 교무처장을 통해 바로 협상 들어오더라고, 일급문서를 반환해달라고, 우린 딱 잡아 뗐지, 급할 게 없었거던, 완벽한 승리였지, 그때 우리 애들 몇 명 달려 들어갔었는데 석방을 조건으로 내걸었어, 걔들이 안 들어 줄 수 있었겠냐. 안기부 **지부장이 학교를 찾아와 총장에게 비공식.. 2013. 12. 2.
[소설 '파더'] 승재와 민수(2) 잠깐 눈을 감았다고 생각했다. 준산은 머리맡에 둔 일제 카시오 전자손목시계를 들여다봤다. 여섯 시를 지나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았다. 혼자였다. 이불을 걸친 채 잠시 그렇게 멍하니 앉아 있었다.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아버지가 방 안으로 들어 왔다. “일어났나, 어서 씻어라 조금 떨어진 곳에 해장국 파는 집 있더라” 아버지가 가까이 다가오자 싸늘한 기운이 밀려 왔다. 겨울 문턱의 가을이었다. 준산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은 채 무심하게 가방에서 수건을 꺼내 화장실로 갔다. 씻고 나오니 방은 말끔하게 정리 돼 있었다. 준산은 가방을 주섬주섬 챙기며 무뚝뚝하게 말했다. “오늘 정밀신검이라 아침 먹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시간도 별로 없습니다.” 아버지는 뭔가 많이 아쉬운 듯 했다. 준산은 여인숙을 나오.. 2012. 10. 27.
[소설 '파더'] 승재와 민수(1) 군 제대 후 삼년이 지난 그 해, 승재는 순경 시험에 합격했다. 경찰종합행정학교를 졸업하면서 희망 근무지를 경남 진주로 택했다. 지원자 대부분이 수도권, 대도시로 몰렸기에 승재는 무난히 진주로 발령 받을 수 있었다. 스무 살 되던 해, 입대를 앞두고 어머니를 찾아 부산으로 간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집주인인 듯한 노파는 몇 년 전에 떠났다면서 어디로 갔는지는 모른다고 했었다. 말년 휴가를 나와 혹시나 싶어 동사무소를 찾았을 때 어머니의 흔적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다. 머리를 뒤로 묶어 계란형 얼굴이 더욱 갸름해 보이는 동사무소 여직원은 컴퓨터 모니터를 뚫어지게 쳐다보다가는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하면서, 안 되겠다는 듯 뒤쪽에서 등받이 의자에 기대어 신문을 보고 있는 고참 남자직원 쪽으로 향해 갔다. 그 .. 2012. 9. 23.
[소설 '파더'] 제3장 꿈(2) 동쪽 하늘에 불그스름한 기운이 감도는 새벽 무렵이었다. 오랜만에 집에서 깊은 잠에 빠져 있던 승재는 강력반 후배 형사의 전화를 받고서는 신속하게 그러면서도 익숙한 동작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얼떨결에 깨어 난 그의 아내도 습관처럼 현관 옆 사물함에서 스포츠 빽을 꺼내 와 남성용 속옷이며 보약이 든 것으로 보이는 팩을 넣기 시작했다. 무려 아홉 건의 강도, 살인 혐의를 받고 있던 용의자 박재용을 강원도에 있는 옛 애인 집 앞에서 잠복중인 강력 3반 소속 손성민 형사와 김진한 형사가 잡았다는 연락이었다. 승재는 말할 수 없는 쾌감과 흥분을 느꼈다. 3년을 쫓아다닌 놈이었다. 경찰서에 차려진 특별수사본부가 경찰청으로 옮긴 지 딱 일 년만이었다. 용의자 박재용의 주변 인물에 대한 감시는 시간이 지날수록 흐지부지 .. 2012. 5. 31.
[소설 '파더'] 무제2 광채가 났어, 허수룩하게 옷을 입어도 훤했지. 신입생 환영회 때 저녁만 먹고 아르바이트하러 간다고 할 때 내심 섭섭하게 생각지 않은 여학생들이 없었어, 명문대학교 입학했다는, 자부심이 상당했고 콧대가 높았던 게네들이 말이야, 워낙 말이 없고 학교 행사는 거의 참석 안 했던 민수가 3학년이 돼 늦깎이 운동권이 된 건, 운명이라고밖에 할 수 없지, 그래 그건 운명이야, 2학년 겨울 방학 때였을 게야, 애가 워낙 착하고 성실하니까 지도교수님이 도서관 근로장학생 신청을 해줬어, 수업마치고 도서관서 서너 시간 정도 허드렛일 도와주면 등록금을 1/3 정도만 내면 됐으니 괜찮았지. 그때 영옥이는 총학에 있었는데 수배 중이었어, 등잔 밑이 어둡다고 학교도서관 꼭대기, 청소부 아줌마들이 쉬는 골방에서 숨어 지냈는데 학교.. 2012. 5. 15.
[소설 '파더'] 무제 맨날천날 술 묵꼬 월산띠기 패싼께네 우예 견디겐노, 하루이틀도 아이고..... 하도 그카이께네 월산띠기가 야반도주해뿐는기라, 시상에 그라마 이기 두 알라들을 바서라도 정신채리야 델낀데 어데~~, 그래가 걸마가 도망간 월산띠기 찾는다고 씨가빠지게 돌아댕기따아이가, 한 두어 달을 거카다가...... 학실하게 도망가따시푼께네, 마 저거 집에서 싸이나 쳐 묵고 디지뿠는기라 두 알라들 학교보내노코. 하기사 걸마도 불쌍하제, 어데 물리받은 재산이 이쓴나? 꽁보리밥에 김치 한 쪼가리 몬 묵는 집구석에 태어나 가, 절므쓸적에 씨가만바리빠지게 고생했다아이가, 지 땅이 있었나, 전부 부치 묵었다 아이가, 월남도 가따오고. 월남 가서 목돈을 쪼메 모았능기라, 목돈에다가 월산띠기하고 씨가빠지게 고생해가 논 두 마지기를 안~ .. 2012. 4. 20.
[소설 '파더'] 제3장 꿈(1) “아버지, 그기서 뭐하세요” 준산은 반가운 마음에 큰 소리로 불러보았지만 아버지는 대꾸하지 않았다. 딴 사림인양 모르는 사람처럼 승용차 안에서 어느 한 곳 만을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었다. ‘꿈인가’ 준산은 현실도 아닌 꿈도 아닌 그 경계선이 주는 모호함 때문에 불안감을 느꼈다. 호텔 주위는 깜깜했다. 북한산 중턱인 듯 언젠가 한 번 가본 듯 낯익은 호텔은 을씨년스러웠다. 로비 앞과 고층의 한 두 객실만이 불을 밝히고 있었다. 아버지는 주차장 입구와 현관 로비가 들여다보이는 호텔에서 조금 떨어진 편백나무 숲 근처 도로변에 바짝 차를 대고 있었다. 은빛의 중형 승용차가 지하 주차장에서 빠른 속도로 나오더니 호텔 입구를 슬쩍 지났다. 호텔을 빠져 나온 차는 아버지가 있는 도로를 지나 도심을 향해 빠른 속도로 .. 2011. 8. 19.
[소설 '파더'] 제2장 어떤 편지(2) 준산과 성구를 태운 택시가 B.O.Q 정문 가까이 다다르자 준산은 얼른 지갑을 열어 천 원짜리 몇 장을 꺼내 기사에게 주며 말했다. “잔돈은 됐습니다.” 택시에서 내린 두 사람은 정문에서 30여 미터 떨어진 숙소로 향했다. 성구는 뭔가를 깊이 생각하는 듯 입을 다물고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고개를 조금 숙이고 걸었다. 그렇게 걷던 성구는 고개를 들더니 이내 준산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래도 그건 아닌 것 같아” 성구는 사투리가 아닌 표준말을 썼다. “다시 한 번 제수 씨와 가족들을 잘 설득해봐, 그리고 니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게 뭔가를 깊이 생각하라고, 만약 니가 제대하고 그 일을 한다고 쳐, 잘 안 되면 어쩔 건데, 그땐 어떡하냐고, 죽도 밥도 안 될 수 있잖아” 성구의 말에 준산은 가끔 고개를 끄덕.. 2011. 5. 11.
[소설 '파더'] 제2장 어떤 편지 “준산이가 서울 들렀다는데?” 승갑과 막 통화를 끊낸 세훈은 호텔 로비를 나서며 영옥에게 말했다. “어저께 공사에서 강연이 있어 청주 간다고 하던데, 온 김에 사돈댁에 들렀나 봐요” 세훈에게 답을 한 영옥은 보스턴백을 호텔 직원에게 건내주고서는 시계를 쳐다보았다. 마닐라 해리티지 호텔 현관 입구에는 경남개발 필리핀 지사에서 마련해 준 4000cc 급 BMW 승용차가 있었다. 50대 중반 쯤 보이는 운전수가 세훈과 영옥을 향해 가볍게 목례를 하고서는 뒤 트렁크를 열었고 호텔 직원은 세훈과 영옥의 캐디백과 보스턴백을 차곡차곡 넣었다. 세훈과 영옥이 차 뒷좌석에 오르자 현관 옆에 대기 중이던 두 대의 경찰 싸이카가 미끄러지듯 세단 앞으로 다가갔다. 경찰 에스코트를 받은 BMW 세단은 호텔을 빠져나와 리베라골프.. 2011. 3.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