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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파더>

[소설 '파더'] 승재와 민수(1)

by 뉴클리어 2012. 9. 23.

군 제대 후 삼년이 지난 그 해, 승재는 순경 시험에 합격했다. 경찰종합행정학교를 졸업하면서 희망 근무지를 경남 진주로 택했다. 지원자 대부분이 수도권, 대도시로 몰렸기에 승재는 무난히 진주로 발령 받을 수 있었다.

스무 살 되던 해, 입대를 앞두고 어머니를 찾아 부산으로 간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집주인인 듯한 노파는 몇 년 전에 떠났다면서 어디로 갔는지는 모른다고 했었다. 말년 휴가를 나와 혹시나 싶어 동사무소를 찾았을 때 어머니의 흔적은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다.

머리를 뒤로 묶어 계란형 얼굴이 더욱 갸름해 보이는 동사무소 여직원은 컴퓨터 모니터를 뚫어지게 쳐다보다가는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하면서, 안 되겠다는 듯 뒤쪽에서 등받이 의자에 기대어 신문을 보고 있는 고참 남자직원 쪽으로 향해 갔다. 그 여직원은 가끔 승재가 있는 쪽을 힐끗 쳐다보면서 난처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듣더니 자리로 돌아 왔다. 몇 번 더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더니 승재에게 말했다.

“저기요, 죄송하지만 찾으시는 분이 지금 우리나라에 안 계신 걸로 나오는 데요”

승재는 무슨 말인지 몰라 눈을 동그라게 떴다.

“그럼 해외로 가셨단 말입니까?”

여직원은 승재를 똑바로 보지 못했다.

“그러면 좋은 데...”

승재는 약간 짜증이 났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다는 말입니까? 해외로 갔으면 어디로 갔는지는 컴퓨터에 나타나지 않습니까?”

승재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때 신문을 보던 남자 직원이 승재 쪽으로 다가왔다.

“커피 한 잔 하시겠습니까?”

“.......”

“이리로 오세요”

남자 직원은 승재를 데리고 동사무소 현관 옆 휴게실로 갔다. 휴게실은 통유리로 되어 있었는데 사무실 쪽에서도 훤히 보였다. 서너 평정도 되는 휴게실에는 한쪽 구석에 커피와 음료수 자판기가 있었고 벽 구석을 따라 기역자 쇼파, 그 앞에 낡은 탁자가 놓여져 있었다. 승재가 남자 직원이 뽑아 온 커피를 반쯤 마셨을 때였다.

“해외 이민 아니면 사망 두 가지 경우입니다. 이민이면 이민이라고 뜨는 데 아닌 걸로 보아 찾으신 분은 사망했을 확률이 높습니다.”

종이컵을 잡고 있던 승재의 두 손이 떨렸다.

“주민등록이 말소 되 안 나타날 수도 있잖습니까”

승재는 두 방망이 치는 가슴을 어렵게 진정시켰지만 어쩔 수 없이 더듬거리고 있었다.

“그래서 제적등본까지 확인해보라 했는데...”

남자 직원은 말하다 휴게실 유리너머 여직원 쪽을 쳐다보았다. 여직원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게 승재에게도 또렷이 보였다.

“찾으시는 분이 어머님이신가요, 뭐라 드릴 말씀이...”

“.....”

승재는 온 몸의 힘이 가슴 쪽부터 다리로 서서히 빠지는 걸 느꼈다. 계속 있다가는 그대로 주저앉을 것 같았다.

“이렇게 신경 써 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승재는 남자 직원을 향해 인사를 하고서는 느린 걸음으로 동사무소 밖으로 나왔다.

이른 봄, 하늘은 너무 맑았다. 동사무소 마당 동백나무 가지 마디마다 솟아난 순에서, 무심한 듯 지나는 행인들의 얇아진 옷에서 봄이 왔음을 알 수 있었다. 승재는 여태껏 함께 한, 몸 한쪽의 일부가 떨어져 나간 기분이었다. 울고 싶었지만 희한하게도 눈물이 나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거닐 던 승재는 뭔가가 다시 생각난 듯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선 다시 동사무쪽으로 향했다.

승재가 다시 동사무소에 들어서자 커피를 뽑아 준 남자 직원이 일어나 승재 쪽으로 다가왔다.

“더 확인할 게 있습니까? 제적등본 떼 드릴까요?”

“아닙니다. 대신에 드릴 말씀이...”

그 남자 직원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 승재 아버지인 강신구의 인적사항을 확인해줬다. 아버지 강신구는 경남 진주를 마지막으로 주민등록이 말소 처리되어 있었다.

이후 아버지의 소재를 확인한 건 경찰종합행정학교에서였다. 소대장의 도움을 받았다. 승재의 딱한 사정을 들은 소대장은 경찰청에 근무하는 동기의 도움을 받아 일 년 전 경남 진주에서 경범죄와 주민등록법 위반으로 처벌 받은 적이 있는 승재 부친을 찾아냈다. 주민등록이 말소되어 정확한 주소는 알 수 없었지만 최소한 진주나 그 근처 지역에 살고 있는 것만은 확실했다.

승재는 소대장이 준 아버지의 인적사항이 기록된 범죄인거주지현황을 보고서 분노와 허탈감을 동시에 느꼈다. 아버지에겐 또 다른 아내가 있었고 아홉 살 된 아들이 있었다. 승재를 소망원에 데려다 주면서 돈 벌어 꼭 찾아오겠다고 한 아버지였다. 엄마도 꼭 찾겠다고 한 아버지였다. 그런 아버지가 딴 여자와 살림을 차리고 아들까지 두었다니 승재는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무능한 아버지 때문에 엄마가 죽었다고 생각했다. 한번은, 한번은 꼭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계절은 초겨울에서 한겨울로 넘어가는 저녁나절이었다. 비번 날 두터운 외투를 껴입은 승재는 바지 호주머니에서 구겨진 종이를 꺼내 한 손으로 펼쳤고 다른 한 손으론 외투 오른쪽 호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도심은 이제 막 네온사인을 켜고 있었다. 3-4층짜리 빌딩이 따막따막 붙어 있는 번화가를 따라 골목으로 들어섰다. 한참을 지나니 철길이 나왔고 낡아 검게 변한 슬레트 지붕의 집들이 디귿자로 따닥따닥 붙어 있는 허름한 주택가가 나왔다. 승재는 주택가 입구부터 주소를 일일이 확인하며 골목 깊숙이 들어가더니 페인트가 벗겨져 흉측해진 낡은 녹색대문의 집에서 멈췄다. 하얀색 철제 우편함엔 우편물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승재는 한쪽으로 불거져 나온 전기요금 청구서를 꺼내 주소를 확인하더니 반  쯤 열려 있는 쪽문을 통해 고개를 숙여 안으로 들어갔다.

집 중앙에 수도가 있었다. 서너 평 정도 되는 방들이 따닥따닥 붙어 있는 디귿자 모양의 집이 한눈에 들어왔고 심한 악취가 났다. 대문 옆 공용화장에서 나는 냄새였다. 승재가 들어서자 수도에서 쌀을 씻고 있던 50대로 보이는 뚱뚱한 아주머니, 대문 정면의 집 마루에서 담배를 피고 있는 흰머리의 할아버지, 왼쪽 집에서 미닫이문을 열고 나오는, 이제 막 출근하는 듯 화장을 짙게 한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아가씨가 일제히 이쪽을 바라다보았다.

승재는 어느 쪽으로 눈길을 돌려야 할지 몰라 시선을 딴 데로 돌리면서 말했다.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그 세 사람은 서로를 쳐다보더니 쌀을 씻고 있던 아주머니가 승재를 보더니 잔뜩 호기심 어린 눈치로 말했다.

“누구를 찾는데예”

“강신구 씨라고...”

“누구예, 강 머시라꼬예”

“강신구 씨를 찾습니다”

승재는 약간 목소리를 높혔다.

“아~ 강씨아저씨예”

50대의 뚱뚱한 아주머니의 표정이 밝아졌다.

“강 씨, 일 나가서 올라마 쫌더 있어야 될 낀데, 일로 와서 기다리소”

마루에 앉아 담배를 피우던 흰머리의 할아버지가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꺼고서는 일어서면서 말했다.

“아, 괜찮습니다. 나중에 다시 오겠습니다.”

“쫌 있으마 올 낀데 머하로 밖에서 기다리노, 날도 추분데, 여~서 기다리소 마”

흰머리 할아버지의 말을 뒤로한 채 승재는 밖으로 나왔다. 전봇대에 설치된 은색 갓이 날린 백열 가로등 불이 그런대로 골목을 밝히고 있었다. 녹색대문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승재는 연거푸 담배를 피웠다. 가슴이 심하게 떨렸다. 그냥 돌아갈까 생각도 했다. 두려운 마음으로 아버지를 보내던 소망원의 원장 사무실이 순간 떠올랐다. 너무 어렵고 힘들었던 소망원 시절, 고등학교 시절이 떠올랐다. 라면으로 끼니를 떼우며 경찰시험을 준비했던 악독했던 순간이 떠올랐다. 승재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때 골목 저쪽에서 다가오는 한 사람이 보였다. 승재는 담배를 끄고 녹색대문 쪽으로 바라보았다. 희미한 가로등 불에 보이는 그 사람은 한쪽 다리를 심하게 절고 있었다. 승재는 지나는 행인인 체 녹색대문 쪽으로 걸어갔다. 그 사람은 녹색대문 앞에서 멈췄고 승재는 힐끗 쳐다보며 지나쳤다. 서너 걸음 지나 승재가 다시 뒤돌아섰을 때 그 사람 역시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승재 쪽을 바라보았다. 깡마른 몸, 주름투성이 얼굴이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한참이나 서로를 쳐다보았다.

“우예 알고 찾아왔나”

약한 쇳소리였지만 너무도 담담한 소리에 승재의 얼굴이 벌게졌다.

“들어가자”

그는 너무도 태연하게 조금도 놀라운 기색이 없이 절룩거리며 쪽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화장실 가까이 쪽방에서 드르륵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고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승재는 다시 긴 호흡을 한번 하고서는 쪽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부엌 하나 방 한 칸의 쪽방, 미닫이문이 열린 틈으로 어른과 아이의 소리가 들리더니 허름한 옷을 입은 눈이 초롱한 사내 녀석이 한 손에 천 원짜리 지폐를 쥔 채 신이 난 듯 밖으로 뛰쳐나왔다. 그 사내 녀석은 승재를 보자 꾸벅 인사를 했는데 한눈에 보기에도 입성이며 먹성이 부실해보였다.

천정이 낮고 좁은, 냄새가 고약한 방이었지만 그런대로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었다. 구석의 앉은뱅이  책상 위 한 칸짜리 책꽂이에는 교과서며 공책이 가지런히 놓여 져 있었고 책상위에는 사내 녀석이 여태껏 공부를 하고 있었는지 낡은 참고서와 교과서, 공책이 펼쳐져 있었다.      

두 사람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 사람은 담배를 꺼내 물었다. 고개를 숙인 체 담배를 피웠다.

“이렇게 살려고 저를 버렸습니까”

승재가 들릴 듯 말 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렇게 살려고 저를 버렸냐고요”

낮았지만 배에서 끓어 나오는 소리였다. 그 사람은 말이 없었다. 승재는 그렇게 말하고선 벌떡 일어났다.

“엄마 내 쫓고 나 버리고 새장가 들고 애 낳고 살더니 꼴좋습니다. 당신은 천벌을 받을 껍니다. 천벌을!”

승재가 미닫이문을 쎄게 닫고 밖으로 나오자 마루 근처에서 이쪽을 바라보며 수군대던 사람들이 황급히 흩어지더니 딴청을 부렸다.

바람이 차가웠다. 승재는 울어서는 안 된다고 다짐했다. 마음을 알 수 없었다. 허탈했다가 격한 감정을 느꼈다가 분노했다가 슬퍼졌다가 이내 다시 담담해지곤 했다.

골목을 빠져 나와 철길 굴다리로 걸어 나오던 승재는 이대로 가면 미련이 남을 듯했다. 이렇게 돌아서면 또 올 것만 같았다. 마음에 남은 한 가닥 연민도 없애버리고 싶었다. 돌아서 녹색대문이 있는 골목으로 향했다. 그 남자는 그대로 앉아 있었다.

“한 가지만 물어 보고 가겠습니다”

“왜 저를 안 찾으셨습니까, 꼭 저를 데리러 온다고 하셨잖습니까, 엄마 찾고 돈 벌면 저를 데리러 온다고 하셨잖습니까”

승재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이렇게 새 장가 들고 아이 낳고 살 수 있으면서 왜 저는 찾지 않으셨나고요, 저는 당신 자식이 아닙니까”

“왜”

“왜”

승재는 절규했다.

“왜!!!!!!”

승재의 눈에서 주르륵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 사람은 힘없이 일어났다. 그리고선 절룩거리며 밖으로 나갔다. 한참을 지나도 그 사람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 사이 사내 녀석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는데 이내 뚱뚱한 아주머니가 오늘은 자기 집에서 자라며 아이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자정을 넘겼다. 승재는 끝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다시 오지 않기 위해, 다시 찾지 않기 위해 끝을 보기로 했다.

자정을 한참 넘겨 그 사람이 들어왔다. 술 냄새가 확 풍겼다.

“자식 버린 놈이 무슨 할 말이 있겠나”

그 사람은 차마 승재를 똑바로 보지 못하고 고개를 밑으로 숙인 채 말했다.

“그때 니가 나하고 같이 있었으면 우리 둘이는 굶어 죽었다. 나야 죽어도 상관 없지만 니를 굶겨 죽일 순 없었다. 니를 맡길 일가친척 하나만 있었어도 니를 그기 보냈겠나, 노가다 일이 한 곳에 붙어있나, 술도 끊었다 악착같이 일했다 하루라도 니 생각 안 한 적이 없었다. 자식 고아원 보내놓고 사는 아비 마음이 어떻겠나. 돈이 조금씩 모였다. 그래서 일 없으면 니 엄마 찾아로 뎅깄다. 찾았지, 찾았고 말고, 근데 잘 살고 있더라, 멀리서 봤는데 니 엄마 얼굴이 그리 편안한 거 처음 봤다. 다른 남자 만나 잘 사는데 내가 나서는 게 옳지 않다 생각했다. 내가 무슨 염치로 니 엄마 앞에 나서겠노, 내 만나 사람답게 산 적이 없는 니 엄마였다. 내가 나서지 않는 게, 그렇게 살도록 놔 주는 게 니 엄마에게 해줄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선물이라 생각했다.”

그 사람의 눈이 벌게졌다.

“악착같이 모았다, 두 번 다시 술 입에 되면 나는 개새끼보다 못한 놈이라 다짐했다. 니를 다시 데리고 오기 전까지는 한 방울 술도 안 마신다고 마음을 먹었다. 오백만원 정도 모였을 때다 방 하나 마련하고 니 데리러 갈라고 할 때였다.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데 뭔가 고함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퍽하는 소리가 들리더라  순간 어디서 나는 소린가 했지, 그리고선 아무 기억도 안 나는 거라, 일주일 동안 의식이 없었다고 하더라, 골재 실은 덤프트럭이 후진하면서 나를 못 본거였지, 나를 치고 지나 간 거라, 서로 책임을 미루고 현장 소장은 다른 소장으로 바뀌고, 택도 없는 병원비로 합의를 보자는데 그것도 못 받을까싶어 합의해줬다. 일가 친척 하나라도 있었으면, 내를 도와 줄 사람 하나라도 있었으면 한푼이라도 더 받았을 껀데.... 흑!”

그 사람은 가늘게 조금씩 흐느꼈다.   

“날이 조금만 흐려도 다리가 너무 아픈거라, 병원비, 약값에, 일도 못나가니 벌으 놓은 거 금방 나가더라, 쩔룩발이 일 시켜 줄 곳은 아무대도 없더라, 죽을라고 했다. 죽기 전에 니 얼굴 딱 한번만 보고 죽을라고 했다. 남은 돈 들고 소망원에 갔다. 원장 수녀님께 혹시 니 대학가면 보태주라고 맡겼다. 고마운 사람들이제, 그런 사람들도 없다. 원장 수녀님이 만나고 가라는 거 딱 잘라 거절했다. 먼발치에서 얼굴만 한번 보고 가겠다고 사정했다, 니가 너무 자랑스럽더라 공부 잘하고 일반 고등학교에서도 주눅 안 들고 씩씩하게 지낸다고 하시더라, 너무 고마워서.... 너무 고마워서.... 저녁시간 한참 지나 학교 마치고 니하고 니 친구하고 들어오는 거 봤다. 사람 마음이 참 웃기제, 마지막으로 니 한 번 보고 죽을라고 했는데 막상 니를 보니 죽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드는 기라, 대신에 니한테 ... 니한테는, 절대 짐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 사람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듯 주르륵 눈물을 흘렸다.

“뭐라도 해야 되겠 기에, 굶어 죽을 수는 없어 파지를 줍기 시작했다. 쩔룩발이가 무슨 일을 하겠노, 그러다가 이 집에서 순호 엄마를 만났다,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 사는 불쌍한 여자였다. 정을 안 줘야했는데... 서로 위하다보니... 벌을 받는다고 생각했다. 순호가 나고 몇 년 지나 순호 엄마가 집을 나갔다. 순호 마저 시설로 보낼 수는 없었다. 한 번도 아니고... 운명인가 싶었다. 내 젊은 시절 방탕하게 산, 벌을 받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악착같이 살았다. 악독하게 살았다. 으흐흐흑~”

그 사람은 한참을 울었다.

한 달 후, 승재는 그 사람과 아이를 데리고 왔다. 공무원 신분이라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두 칸 짜리, 화장실 딸린 작고 아담한 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