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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마스떼13

안나푸르나 라운드[9] 토롱라 정상에서 모두들 추위를 잊었다. 태어나 처음 보는 눈 마냥 눈 속에 뒹굴기도 하고 떼거리로 누워 사진도 찍는다. 이 곳에 오르기까지 곳곳에서 만났던 다른 팀과 사진찍는 일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행사인냥 짝 짓기로 분주하다. 토롱라에 쌓인 눈이 없었다면 우리의 감동은 반감되었을 지도 모르겠다. 눈은 가끔 우리를 이 세상이 아닌 곳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한다. 하물며 토롱라에서 만난 눈이라니. 각 팀 마다 준비해 온 국기를 들고 사진을 찍는 모습들이 흡사 에베레스트 정상에라도 오른 원정대의 모습이다. 하긴 일반인이 오를 수 있는 최고의 높이인 5416m에 올랐으니 왜 안 그렇겠나. 모두들 이 세상을 살면서 이 만큼의 감동과 성취감을 가져본 적이 얼마나 있었으랴. 그나저나 피상 윗길에서 마지막으.. 2010. 1. 3.
안나푸르나 라운드[8] 10월20일 아..토롱라!!! 5416m. 체력의 극한을 체험하는 날이다. 안나푸르나 라운드 트레킹의 최대고비인 토롱라를 넘어야한다. 새벽 3시에 일어나 갈릭스프와 티베탄 브래드를 하나씩 먹고 하이캠프를 출발. 다른 일행들은 고산증과 오늘 토롱라 넘을 긴장으로 잠을 잘 자지 못했다는데 나는 산에 들어온 이후 드물게 푹 잘 잤다. 특이하긴 참 특이한 신체 조건이다. 컨디션이 괜찮다. 출발 전 은정씨가 자기는 기어서라도 뒤 따라갈 테니 많이 뒤 쳐져도 상관 말고 올라가라고 말한다. 자못 비장하다. 병철씨와 나를 제외한 모두가 다이나막스를 복용.가장 경험 많은 주미씨네 포터가 앞장서고 나제스가 맨 뒤에 선다. 새벽 하늘엔 히말라야의 별들이 우루루 쏟아져 나와 우리를 마중하고 발 밑은 눈으로 온통 새 하얗다. .. 2009. 12. 13.
안나푸르나 라운드[7] 10월19일 방을 바꾸면 뭐하나. 바꾼 방에서도 쥐랑 함께 노느라 한 숨도 못 잔 걸. 핫팩에 담았던 물로 겨우 이만 닦고 7시에 오늘의 목적지 해발 4800m인 하이캠프로 출발. 산 사태로 험한 돌산을 걷고 또 걷는다. 머리 위에서는 일부러 겨낭한 듯 바람에 돌이 떨어지고 발 밑은 아찔한 절벽이다. 일단 2시간 30분 쯤 걸어 토롱페디에는 도착했는데 체력이 떨어져 힘들어 하는 일행들과 하이캠프를 오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와 병철씨만 빼고 일행 모두가 고산증 약인 다이나막스를 먹기 시작했다. 고산증은 남녀노소,체력과도 상관이 없다 한다. 다이나막스 이외에도 비아그라가 고상증에 효과가 있다하여 누구는 비아그라를 먹기도 하고 홍삼이 좋다는 말에 나는 출발하기 전 한국에서 홍삼액을 부지런히 먹었다. 참 그.. 2009. 12. 6.
안나푸르나 라운드[6] 10월18일 오늘의 목적지인 레더는 마을도 작은데다 이 곳 마낭에 묵었던 트레커들이 대거 몰려 숙소 부족이 예상되므로 나래스가 먼저 출발하여 롯지를 잡아두기로 한다. 우리는 새벽 밥 먹고 출발한 나래스 덕분에 여유있게 움직인다. 마낭은 크고 제법 여러 시설을 갖춘 곳이지만 아주 가까이 설산이 있고 마을을 둘러싼 산에 나무가 거의 없는 고지대라 황량하기 이를 데 없다. 집들도 멀리서 보면 거의 폐허 처럼 보인다. 바람이 거칠고 흙이 인다. 마치 바람을 타고 저 멀리서 망토를 걸친 클린트이스트우드가 총을 잡고 나타날 것만 같은 황량한 서부의 분위기다. 마낭의 매력이다. 마낭을 지나면서는 티벳불교의 영향으로 곳 곳에 수 많은 깃발이 바람에 펄럭인다. 네팔인들의 소망과 바람이 함께 춤 춘다. 경전이 빼곡이 적힌.. 2009. 12. 1.
안나푸르나 라운드[5] 10월17일 오늘은 이 곳 마낭에서 하루를 쉰다. 마낭의 고도는 3540m. 이후 4000m 이상의 고산에 적응하기 위해서다. 8시까지 침대에서 게으름을 피우다 일어나 얼음처럼 차가운 물로 밀린 빨래를 해치운다. 내일부터는 씻고 빨래하기가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손이 떨어져나가겠다. 은정씨는 빨래를 하다말고 도저히 못하겠다고 대야를 들고 나와 햇볕에 손을 녹이며 앉아있다. 빨래를 널고 있는 나에게 그 차가운 물로 빨래를 어찌했냐고 묻는다. "아줌마니까"대답하고 혼자 중얼거린다. 아줌마는 얼어죽을...흰 빨래는 희게 빨고 검은 빨래 검게 빨아 그대로 널고 있는 중이구만. 하지만 지금 이 곳 옥상은 햇빛이 매우 강하다. 빨래하기 좋은 날이다. 모두들 옥상에 나와 앉아 해바라기를 하며 책을 읽거나 눈을 감고.. 2009. 11. 29.
안나푸르나 지도 ※ 푸른 선은 저질(?)체력 길(root) 아래에 있는 콩이님 여정. 여러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올립니다. (절때 심심해서 찾아 본 것 아님;;;) 표시하지 않은 지도 2009. 11. 28.
안나푸르나 라운드[4] 오늘의 목적지는 마낭. 이 곳 피상에서 마낭까지 가는 길은 두 가지로 새 길과 옛 길이 있다. 훈데공항이 생기면서 새로 난 길은 피상 아래 쪽으로 이어지는데 길이 평탄하고 아름다운 숲을 지나지만 전망은 좋지않다고 한다. 반면 옛 길은 피상 윗 마을에서 이어져 길이 험하고 새 길에 비해 3시간 이상이 더 걸린다. 우리는 두 팀으로 나누어 나,종환,병철씨는 옛 길로, 체력에 자신없는 은정,은영,주미씨는 새 길로 가기로 한다. 무거운 배낭을 멘 포터들에게 미안해 우리 셋이 가려했으나 길 안내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나제스가 따라 나선다. 어찌나 고맙던지 우리 모두 차례로 나제스를 안아주었다. 사실 포터는 짐만 목적지까지 옮겨주면 그 뿐,가이드도 아닌데 길 안내를 할 이유는 없다. 그런데도 무거운 배낭을 지고 우리.. 2009. 11. 28.
안나푸르나 라운드[3] 역시 선빵이 최고다. 주먹질도 그렇지만 화해도 그렇다. 은정씨가 먼저 화해의 악수를 청하고 나니 벌쭘해진 종환씨가 은정씨 뒤만 따라다니며 점심을 굶어서 어쩌냐 쵸콜렛이라도 먹겠느냐,가방 들어줄께...설레발이다. 은정씨가 선빵 제대로 날려주었다. 아무렴 져 주는게 이기는 거다. 좀 더 가자니 뒤에서 누가 우리를 부르는데 한국말이다. 이런...주미와 은영씨(아이고... 나제스 나래스나 은정 은영이나...)다. 우리가 출발하기 전 날 산촌다람쥐에서 만난 아가씨들인데 ABC코스(Annapurna Base Camp)를 하려다 우리를 만나 방향을 바꿨다. 함께 출발하고 싶어했으나 트렉허가증을 받지 못해 다음날 뒤 따라 오겠다 했었다.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이렇게 산 속에 들어와 만나니 여간 반가운게 아니다. 우리보.. 2009. 11. 26.
안나푸르나 라운드[2] 10월14일 어제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비교적 깨끗한 방에서 자서인지 드물게 푹 잤다.참 쥐도 없었지(어딜가나 쥐새끼만 없어도 살겠다) 롯지 아주머니가 어찌나 친절하고 순박한지 적은 돈이지만 팁을 드렸다. 기념사진도. 트레킹을 하다보면 모두들 비슷한 일정으로 도는지라 다른 일행들과 자주 마주친다. 첫날 만나 같은 숙소에서 묵었던 스페인 두 여자를 다시 만났는데 손까지 잡으며 아주 반가워한다. 그들의 포터가 많이 처져 따라온다. 그 포터는 구준표를 닮아 우리가 '섭섭한 구준표'라 불렀는데 다시 만나니 반갑다. 구준표는 자기네 트레커보다 우리 일행하고 더 친했는데 우리에게 와 스페인 아줌마들을 힐끔거리며 작은 소리로 속삭인다. "우리 트레커는 오늘 피상까지 가고 싶어하는데 나는 차메까지만 갈거야. 피상까지는.. 2009. 11.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