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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파더>

[소설 '파더'] 무제(3)

by 뉴클리어 2013. 12. 2.

전후사정을 확인해보니 아구가 딱 맞아떨어지더구만,

일단 우리 셋만 아는 걸로 하고 비밀에 부쳤지, 드러나지 않는 또 다른 프락치가 있을 수도 있었으니까, 고민을 많이 했다. 역공작을 해볼까 까지 생각했으니까, 일단 지켜보기로 했지, 후에 알게 된 건데 영옥이가 노출된 것도 이 새끼가 꼬질러서였다더만 딴에는 영옥이를 보호하기 위해 그랬다고 했다나, 개새끼...

영옥이를 먼저 찾으려고 했어, 근데 복남이 형이 말렸어, 다음날 안기부에서 교무처장을 통해 바로 협상 들어오더라고, 일급문서를 반환해달라고, 우린 딱 잡아 뗐지, 급할 게 없었거던,

완벽한 승리였지, 그때 우리 애들 몇 명 달려 들어갔었는데 석방을 조건으로 내걸었어, 걔들이 안 들어 줄 수 있었겠냐. 안기부 **지부장이 학교를 찾아와 총장에게 비공식 사과하고 재발 방지 약속하고 우리 애들 다 석방시켜줬지, 그래 우리가 완벽하게 승리한 걸로 보였어...

근데 말이야 그땐 우리는 추호도 몰랐어.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비극이 시작되고 있었다는 걸. 도대체 믿을 수가 없는 거야, 심지어는 총학생회장까지 의심할 정도였으니까, 서로가 서로를 의심의 눈초리로 보기 시작한 거지. 저 새끼도 프락치가 아닐까하고 말이야.

가장 먼저 의심한 건 영옥이었어, 지랑 사귀었던 세훈이 새끼가 프락치였으니 당연한 거였지, 영옥이 부터 제외시켰어, 모든 티는 중단되었고 학생회 비선조직이 교체되기 시작했어, 그래, 그때 타격할 때 맴버들이야, 당연하잖아 그때 그러니까 우리가 안기부 근거지를 타격할 때 우리들 중 망원이 있었으면 그놈들이 쉽게 당하진 않았을 테니까.

처음엔 영옥이도 영문을 몰랐지, 물론 세훈이 새끼와 다른 망원들는 며칠 나오더니 낌새를 느꼈는지 잠수 탔고.

영옥이가 날 찾아 왔었어, 분위기가 이상하다고, 세훈이와 연락도 안 되고, 애들 분위기가 이상하다고... 곰곰이 생각했지, 둘 중 하나라고, 영옥이가 다 알면서 연극을 하거나 아니면 정말 전혀 모르고 있다고, 전자라면 영옥인 정말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감이고 후자라면 우리가 참 못할 짓 하고 있는 거지, 다 얘기를 해줬어 모두 다, 영옥이의 그 표정 참 볼만했지, 난 혹시나 하고 표정변화를 살폈어, 허한 표정이었어, 글쎄 너무 황당하면 배신감이고 뭐고 아무 생각이 안 나는 가봐.     

조금이라도 이상한 낌새가 있는 애들은 제외시켰어, 이 모든 작업은 복남이 형과 몇몇 언더 선배들이 주동했는데 당하는 입장에서 보면 기가 찰 일이지, 프락치로 몰린다는 게, 내가 다른 동지들로부터 의심을 받는다는 게 견디기 쉬었겠어, 사람이 웃기는 게 말이야, 나한테도 몇몇이 개인적으로 찾아와 억울함을 하소연 했었어, 이럴 수가 있냐고, 자기가 어떻게 프락치냐고, 자신을 의심할 수 있냐고, 근데 그때 무슨 생각이 드는 줄 알아, 그 친구들 말은 하나도 안 들어오고 이놈이 지금 연극하는 건 아닌가, 이 자식 오버하는 거 보니 수상한데... 막 이런 생각이 드는 거야, 씨바... 

서로가 불신한 결과는 파멸이었지, 아무리 고쳐 생각을 해도 의심이 불쑥불쑥 드는 거, 그걸 안으로 삭일 정도로 우리가 노련할 순 없었으니까. 그때 우리 나이 겨우 이십 초 중반이었어.

사단이 터진 건 한 달인가 후였어, 영옥이에 대한 신상을 논의하는 자리였어, 물론 영옥이도 참석을 했었고, 영옥이 자아비판부터 시켰어, 그 다음에 영옥이가 제출한 자아비판서를 토대로 심문에 들어갔지. 세훈이와 있었던 세세콜콜한 얘기를 하나도 빠짐없이 적으라고 했어, 세훈이와 어떻게 만났고, 세훈이가 어떤 식으로 접근했는지까지, 심문이 다 끝날 때쯤이었어, 영옥이 티를 담당한 여자 선배였어, 아주 차가운 목소리로 이게 다냐고 영옥이에게 묻더군, 얼마나 쌀쌀하던지 내가 오금이 저릴 정도였어, 더 숨기는 게 없냐고 몇 번 더 묻더군, 영옥인 고개를 푹 숙인 체 고개를 끄덕였어, 그러니 그 선배가 차갑게 물었지, 세훈이와 **동 모텔에 간 적이 있냐고, 세훈이와 같이 섹스를 했냐고, 영옥이 얼굴이 하얘지더라고, 복남이 형이 눈짓을 그 선배에게 보냈지만 그 선배는 작심한 듯 거침없이 영옥이를 몰아부쳤지, 하~~~

위태위태하게 서 있던 영옥이가 갑자기 푹 쓰러졌고 여자 후배의 비명소리가 난 건 바로 후였어, 쓰러진 영옥이 치마 사이로... 씨바...하....

지금도 생각하면 너무 부끄러운데, 그때 우리가 가진 성지식이라곤 빠구리하면 애 생긴다는 거, 기집애들도 배란일 체크하는 정도였지, 뭐 별다른 상식이 있었을라고, 우린 부랴부랴 영옥일 업고 학교 근처 개인병원엘 갔지, 의사가 이러저리 살피더만 혀를 끌끌 차며 빨리 산부인과를 가라더군, 생각해봐 하혈하는 기집애를 남자애들 서넛이 업고 왔으니 그 의사가 얼마나 황당했겠냐고. 마침 학교 근처에 산부인과가 있었어, 그기로 갔지, 처음에 개인병원서 망신당한 것도 있고 해서 영옥이 업고 갈 남자 선배 한 명, 보호자 격으로 여자 선배 한명만 들어가고 우린 밖에서 기다리기로 했지. 

영옥이가 병실로 들어가는 걸 보고 마냥 기다릴 수 없어 여자 선배 한 명만 보호자로 남기로 하고 우린 철수하기로 했어, 학교 앞 막걸리 집으로 갔지, 그때 또 비가 얼마나 내리던지, 우린 장대비를 맞으면서도 아무도 우산 쓸 생각을 안했지, 말도 없이 막걸리를 들이키는데 머리가 텅 빈 게 아무런 생각이 안 나는 거야, 우리 앞에 벌어진 이 일이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이건 뭐 어떻게 수습해야할 지 갈피를 못 잡는 거지, 우린 그때 이제 스무살 남짓이었다고 많아봐야 중반이었고...

막걸리 주전자가 서너 통이 빌 때까지 우린 말이 없었어, 한 시간 정도 지났나? 영옥이 보호자 격으로 남았던 그 여자 선배가 비를 쫄딱 맞고 막걸리 집으로 들어서는 거야, 그러면서 소리를 막 질러, 영옥이가 없어졌다고, 응급처치하고 병실에 누이고 잠깐 화장실 간 사이 사라졌다는 거야, 우린 누구랄 것도 없이 밖으로 튀어 나갔어, 대략 범위를 정하고선 흩어졌지, 영옥일 찾으면 삐삐 치기로 하고. 찾든 못 찾든 한 시간 후에 막걸리 집 앞에 모이기로 하고, 비는 더 굵고 세져 앞을 보기 힘들 정도였어, 그렇게 한참을 찾았지, 온갖 생각이 다 들더니 대충 정리가 되더만 그 상황이 말이야, 그러면서 덜컥 겁이 나는 거야, 영옥이가 혹시나 하고 말이지.

내가 맡은 구역은 샅샅이 뒤졌어, 문이 열린 집이나 사무실, 창고도 들어가 봤지 혹시나 하고 말이야, 그렇게 정신없이 헤매는데 저 앞에서 익숙한 덩치가 눈에 들어오는 거야, 민수였어, 누군가를 업고 말이지, 비를 가리려고 잠바로 업은 사람을 덮은 체 내 쪽으로 급하게 달려오더만, 난 본능적으로 민수가 업고 있는 게 용옥임을 알 수 있었지, 민수가 나를 휙 지나더만, 불렀어, 민수야! 하고. 그래 그 근처에서 민수가 자취를 하고 있었지, 그렇게 영옥이를 민수 자취집으로 데려 갔어.

운명이 그런 게 아닐까, 그게 설사 악연이라도, 민수가 그 비오는 날, 알바하려고 집에서 막 나온 순간 그 먼 거리에서 눈에 익은 여자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걸 본 것도, 그냥 지나치려다 비에 젖은 발자국을 따라 삼층 건물 옥상까지 따라 간 것까지.  

안기부를 박살내고 난 뒤, 승리의 쾌감도 잠시, 우리의 비선 조직은 완전 궤멸되었지, 난 그때 알았어, 서로가 서로를 의심한다는 게 얼마나 잔인한 것인가를...

새훈이 새끼... 그 씨발놈, 휴학하고 6개월쯤 지나 미국으로 유학갔다더만, 개쌔끼...

 

보완사항

상희와 비행대장 아내와의 갈등 / 해소

대대장 아내 상희 부름, 비행대장 아내 험담(상희와 민수의 배경 작용), 노골적으로 상희 두둔(천한 것이 등등, 땅깨(육군)와 뱃놈(해군)의 아내와는 다르다, 우리가 얼마나 교양있는 부인들이냐는 둥) 이에 대해 상희는 불편한 마음을 가짐.

비행대장 아내의 하소연...

넌 다가지지 않았느냐, 비행대장도 나도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여기까지 왔다. 우리는 돈도 빽도 없다. 넌 좋은 집에서 좋은 부모님 밑에서 곱게 자랐지만 난 그러지 않았다. 귀싸데기 맞아 가며 운동했고 운동하고 싶어 한 것도 아니다, 포기하고 싶었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지만 그거라도 안하면 진학할 수 없어 이 악물고 했다. 등등

준산과 승재, 복남과의 구도

준산은 매주 월요일 다섯통의 편지를 더 받게 됨, 앞 두통은 민수에 대한 감정, 아버지로서 못해줬던 거에 대한 회한, 영옥과의 애증 등의 내용이 담겨 있고, 뒤 세통은 자신을 노리는 사람이 있다, 죽을 뻔한 정황, 앞으로 어찌될 지 모르겠다는 등의 내용이담김, 특히 마지막 편지에는 타살의 단서가 될수 있는 내용이 담김. 이후 편지는 오지 않음,

이에 준산은 편지의 출처와 민수의 주변인에 대한 조사에 들어감, 준산의 동생 역시 민수의 부탁을 받고 민수 자료를 확인하던 중 민수의 대학 앨범에서 민수와 영옥, 세훈, 상희의 아버지가 같은 해 같은 대학을 다녔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됨. 준산은 민수와 친했던 대학 친구들을 중심으로 행적을 쫒음... 이 과정에서 복남과의 특별한 관계를 알게 됨.

준산은 상황실 대형 스크린에서 우리나라 전도를 띄워 놓고 우체국 소인이 찍힌 지역을 체크한 후 마킹함. 충청도 지역에 밀집에 있음, 우체국 소인이 찍힌 지역을 원중앙으로 해놓고 10킬로미터 20킬로미터 30킬로미터 단위...로 원을 그려 나감. 크게 벗어 난 두개의 지역을 제외한 네곳의 원이 겹치는 지점.... 중앙 지역을 마킹한 다음 그 지점으로부터 다시 10킬로미터 단위로 원을 그려 나감.

이와 동시에 충청지역 산업인력관리공단에 전화를 걸어 월요일 휴무인 업종을 체크함. 세탁소 등 일부 업종을 확인.

상황실에서 체크한 중심지역에서 월요일 휴무인 업체를 확인한 후 찾아 나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