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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파더>

[소설 '파더'] 제3장 꿈(2)

by 뉴클리어 2012. 5. 31.

동쪽 하늘에 불그스름한 기운이 감도는 새벽 무렵이었다. 오랜만에 집에서 깊은 잠에 빠져 있던 승재는 강력반 후배 형사의 전화를 받고서는 신속하게 그러면서도 익숙한 동작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얼떨결에 깨어 난 그의 아내도 습관처럼 현관 옆 사물함에서 스포츠 빽을 꺼내 와 남성용 속옷이며 보약이 든 것으로 보이는 팩을 넣기 시작했다.

무려 아홉 건의 강도, 살인 혐의를 받고 있던 용의자 박재용을 강원도에 있는 옛 애인 집 앞에서 잠복중인 강력 3반 소속 손성민 형사와 김진한 형사가 잡았다는 연락이었다. 승재는 말할 수 없는 쾌감과 흥분을 느꼈다. 3년을 쫓아다닌 놈이었다. 경찰서에 차려진 특별수사본부가 경찰청으로 옮긴 지 딱 일 년만이었다. 용의자 박재용의 주변 인물에 대한 감시는 시간이 지날수록 흐지부지 되었다. 도피 자금 마련을 위해 주변 인물과 한번은 접촉할 만도 했는데 박재용은 오리무중이었다. 경찰청으로 특별수사본부가 옮겨 가면서 강력 3반은 이 사건에서 제외되었지만 강력 3반 반장 강승재는 포기하지 않았다. 처리해야 할 사건이 많았지만 승재는 틈나는 대로 박재용의 애인을 미행하거나 잠복시켰다. 교대할 인원이 없으면 혼자서 잠복하기도 했다. 한번은 나타날 것이라는, 한번은 접촉을 시도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대책 없어 보이던 뻗치기가 보기 좋게 성공한 것이었다.

옷을 다 갈아입을 때쯤 승재의 휴대폰 벨이 울렸다. 손성민 형사의 두 번째 전화였다.

“그래 성민아, 지금 출발하나.”

승재는 점퍼를 반쯤 걸친 채, 상대방이 채 용건을 말하기도 전에 후배 형사의 전화를 받으며 말했다.

“네, 반장님. 지금 출발합니다. 공장까지는 한 시간 반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

검거 과정에서의 긴장감이 채 가시지 않은 듯 손 형사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오케이, 그 새끼 신변에 별문제는 없는 거지?”

승재는 말해놓고서는 아차 싶었다. 검거 과정에서 부하 직원이 다치지는 않았는지, 부상이 있는 건 아닌지 먼저 챙기는 게 강력반 반장 나름의 의리였다.

“얼굴은 깨끗합니다”

“좋아, 니들은 괜찮아? 다친 사람 없어?”

승재는 그 제서야 부하 형사의 안부를 물으며 겸연쩍은 듯 오른 손으로 자신의 뒷머리를 툭 쳤다.

“김 형사가 칼에 스쳤는데 큰 부상은 아닌 듯해서 일단 지압만 했습니다.”

“야 그러면 니들 둘이 그 새끼 데리고 올 수 있겠어, 원주 서에 지원 요청할까?”

“아닙니다, 큰 부상이 아니라 데리고 가는 데는 문제없습니다. 그리고 밟으면 금방인데요 뭐, 김 형사는 공장에 도착하는 대로 병원 보내면 됩니다.”

“오케이, 그럼 서에서 봐, 너무 밟지 말라고. 오다가 사고 나면 큰일 나니까”

휴대폰을 내려놓은 승재는 오른쪽  어깨에 반 쯤 걸쳐 있던 베이지색 점퍼를 마저 입었다. 승재가 점퍼에서 담배를 꺼내 물려하자 스포츠 백에 속옷과 보약 팩을 다 넣고 막 지퍼를 채우던 아내가 손사래를 쳤다. 승재는 아차 하는 표정을 짓더니 담배를 들고 베란다로 나갔다. 그리고선 베란다 창문을 열었다. 찬 기운이 밀려 왔다. 승재는 깊게 담배를 빨았다. 가슴 속 저 밑에서 희열이 밀려왔다. 꼭 잡고 싶은 놈이었다. 언론은 말할 것도 없고 대통령까지 나서 닦달을 해대자 청장은 일 계급 특진을 내걸었다. 승재는 경정만 10년째였다. 경찰의 꽃인 총경은 승재와 같이 돈 없고 빽 없는 순경 출신들에겐 언감생심이었다. 강력반만 전전하는 형사들 중에 승재처럼 경정까지 오른 인물도 드물었다. 베란다 유리에 자신의 모습이 선명하게 비쳤다. 스포츠형으로 짧게 깍은 머리에 반쯤 차지한 흰 머리카락이 짝달막하지만 다부진 몸매와 대비돼 어딘가 쓸쓸하게 보였다.

연거푸 한 대 더 담배를 피운 승재가 거실로 돌아오자 아내는 보약이 든 머그컵을 내밀었다.

“전화는 자주 안 해도 되니 약은 꼭 챙겨 먹어요, 삼일 분치 넣었어요.” 

승재가 보약을 마시는 동안 아내는 승재에게 다가와 점퍼에 묻은 실오라기를 손으로 조심스레 떼내고 가볍게 털기도 했다. 승재는 대답대신 가벼운 눈웃음을 지었다.

24평 아파트의 낡은 현관에는 다섯 식구의 신발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아 참, 당신한테 온 우편물이 몇 개 있었는데.....”

승재가 깨끗하게 빨아 놓은 운동화를 신고 막 현관문을 나서려고 할 때 아내가 갑자기 생각난 듯 말했다.

“줘, 사무실 가서 보게”

승재는 아내가 서둘러 거실 텔레비전 옆에서 가져 온 서너 통의 우편물을 스포츠백 가장자리 주머니에 대충 구겨 넣고서는 집을 나섰다.


2층에 있는 강력반 입구에는 냄새를 맡은 대여섯 명의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카메라를 든 기자도 보였다. 그 빠른 정보력과 민첩함에 승재는 혀를 내둘렀다. 승재가 소식을 듣고 집에서 나와 서둘러 서에 도착한 시간은 채 한 시간도 되지 않았다. 승재가 강력반 입구 쪽으로 들어서자 기자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눈에 익은 사회부 선임 기자도 보였다.

“형, 정말 박재용이 그놈 잡은 거 맞아”

평소 안면을 터고 지내는 **일보 ***기자였다.

“몰라, 여기서 왜 그래, 일도 못하게... 나중에 다 얘기할 테니 다들 내려 가 있어, 야, 기자들 다 내보내, 야야, 저기 카메라는 머야, 어느 새끼가 카메라 기자까지 들여보냈어, 전부 내보내 빨리”

승재는 ***기자를 보는 듯 마는 듯하고선 대기하고 있던 의경들에게 호통을 쳤다. 의경들이 허겁지겁 기자들을 아래층으로 밀어 내려고 하자 ***방송국 ***기자가 그 새를 비집고 승재 쪽으로 달려왔다.

“아 씨바 형, 우리는 아침 뉴스에 나가야 되잖아, 맞는 지 아닌지만 확인 해 줘, 박재용이 맞아 응”

“야, 의경 씨발놈아 니들 죽고 싶어”

승재는 방송국 기자의 얘기를 들은 체 만 체 하고서는 의경들을 향해 눈을 부라렸다.

마지막 남은 방속국 기자까지 의경에 의해 밀려 나가자 2층 복도는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해졌다.

승재가 강력반 철문을 열고 들어서자 별다른 사건사고가 없어 단잠에 빠졌던 당직 형사들이 부스스한 모습을 한 체 커피를 마시다 고개를 까닥이며 눈인사를 했고 소식을 듣고 달려와 박재용이 관련된 사건서류와 일지를 챙기던 팀원 둘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승재는 스포츠 빽을 테이블 옆쪽에 던져 놓고서는 경찰서 정문과 현관이 내려다보이는 창가 쪽으로 다가가 담배를 꺼내 물었다. 경찰서 현관 앞에는 기자들이 수십 명으로 불어나 있었다. 방송용 카메라를 들고 정문에서 허급지급 현관으로 달려오는 카메라 기자들도 보였다. 담배 재를 털기 위해 자리로 돌아온 승재는 스포츠 빽에 삐죽 나와 있는 우편물에 눈길이 갔다. 담배 재를 한 번 털고서는 재떨이와 우편물을 들고 창가 쪽으로 다시 갔다. 승재는 창 아래를 한번 내다보고서는 우편물을 훑다가 발신인 주소도 없이 그냥 ‘친구 박민수로부터’라고 적힌 편지봉투를 보고서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더니 거의 다 타들어 가 꽁초가 된 담배를 입술로 꼭 물고서는 손으로 조심조심 봉투 윗 부문을 뜯었다. 승재의 표정이 굳어졌다. 오래 되 낡은 편지지에는 간단한 안부 글과 아들 준산이 혹시 찾아오면 도와주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오래 전 교통사고로 사망한 친구로부터 온 편지였다. 


승재는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소망의 집 시절부터 경찰이 되고자 했다. 경찰이 되면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수녀 선생님에게서 듣고서부터였다. 덩치가 조그마했지만 승재는 깡다구가 보통이 아니었다. 소망의 집에 들어 온 첫날부터 승재는 싸움을 했다. 제일 쎈 놈을 골라 반쯤 죽여 놓음으로서 미리 원생들에게 힘을 과시한 것이었다. 수개월 동안 승재를 지켜보던 수녀 선생님은 공부를 열심히 해 경찰이 되면 쉽게 엄마를 찾을 수 있다고 꼬득였다. 또 전과자가 되면 공부를 아무리 잘 해도 경찰이 될 수 없다고 하면서 싸움만 일삼으면 전과자가 쉽게 될 수 있다고 겁을 줬다. 그러면서 민수와 같이 열심히 공부를 하라고 했다. 수녀 선생이 승재에게 그렇게 말한 것은 승재의 초등학교 성적이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일학년부터 육학년까지의 초등학교 생활통지표에는 우가 몇 개 없었다. 거의 다 수였다. 

민수가 열심히 공부하는 것도 성공해서 엄마를 찾기 위해서라고 했다. 재수 없는 놈이었다 민수는. 일반 중학교에 가도 일등을 할 수 있는 아이라면서 원장 수녀님까지 민수를 늘 끼고 돌았다. 승재는 민수보다 공부 못하는 자존심을 완력으로서 제압하려 했지만 민수도 만만치 않았다. 승재는 한 번도 민수를 완벽하게 제압하지 못했다. 아니 딱 한 번 있었다. 그건 지금도 승재가 기억하고 싶지 않는 영원히 지워버리고 싶은 일이었다. 부하처럼 다루던 아이들을 시켜 민수와 싸움을 하게 했다. 민수가 제아무리 민첩해도 세 명의 아이를 상대하기는 버거웠다. 승재는 민수가 지쳤을 때, 힘이 다 빠졌을 때쯤 나타나 진득하니 패줬다. 힘이 빠져서인지 반항할 힘이 없었던 것인지 민수는 그냥 맞기만 했다. 때리다 지쳐 씩씩거리며 돌아서는 승재에게 누워나자빠진 민수가 힘겹게 한 말이 어린 승재의 가슴을 때렸다.

‘승재야, 속이 풀리나..... 안 풀맀으마 더 때리라... ’

뒤를 돌아 본 승재의 눈에 대자로 누워 하늘을 보고 있는 민수의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이 세상을 달관한 사람처럼 보였다.

‘풀맀으마 안~자 니도 고마해라. 니마 힘든 거 아이다. 내도 힘들다. 세상 사는 기...’

민수는 그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돌려 승재를 바라봤는데 두 눈엔 눈물이 그렁했다.

“까불지마라 새끼야”

승재는 어물어물 퉁명스럽게 내뱉고는 돌아 서 생활관을 향해 뛰어갔다.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뭔가 모를 뜨거운 것이 올라왔다.

민수와 승재가 급격히 친하게 된 건 천주교에서 운영하는 고아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고등학교에 가지 않고 일반계 고교로 진학하고서부터였다. 둘의 성적이 워낙 뛰어났기에 원장 수녀는 큰물에서 놀아야 된다며 일반계 인문고등학교의 진학을 권했다. 만만치 않은 고등학교 생활이었다. 통학 거리가 멀어 학교를 가기 위해 새벽부터 서둘러야 했고 야간자습 없이 소망의 집으로 돌아와도 저녁 식사 시간이 한참 지나서였다.

얼마 안 가 ‘소망의 집’ 출신이라는 게 학생들에게 알려졌다. 반은 달랐지만 민수와 승재는 학교에서 늘 붙어 다녔는데 그럴 때마다 몇몇 학생들은 뒤에서 수근거렸다. 그나마 처음으로 치른 월말고사 성적이 상위권이라 대놓고 무시하는 아이들은 없었는데 간혹 학교에서 물건이 없어지거나 돈이 없어지는 일이 발생하면 선생들의 눈초리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사단이 난 건 1학년 봄 소풍 때였다. 민수와 승재는 점심을 먹기 위해 자리를 찾고 있던 중, 담임선생님이 승재를 찾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승재는 선생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는데 선생들은 둥그렇게 모여 앉아 학생들이 가져다 준 형형색색의 도시락을 펼쳐 놓고 막 먹을 준비를 하고 있었고 성격 급한 주임 선생은 정종을 연거푸 몇 잔 씩 걸치고 있었다.

“이거 먹어라”

승재의 담임은 종이곽 도시락 하나와 사이다 한 병을 승재에게 건넸다.

“괜찮습니다. 도시락 싸왔습니다.”

승재는 고개를 약간 숙이고 눈을 아래로 깔았다.

“받아 임마. 내가 돼지냐, 도시락 다섯 개를 어떻게 다 먹어”

담임은 승재의 손을 억지로 잡아 당겨 도시락과 사이다를 쥐어 주었다.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복잡했다. 챙겨주는 담임에 대한 고마운 마음도 들었지만 딱 그만큼의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꾸벅 인사를 하고서는 돌아서는데 이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는 몇 개의 매서운 눈초리가 있었다.

승재가 민수와 점심을 먹기 위해 잡은 자리로 가고 있을 때였다.

“야, 강승재”

원펀치란 별명을 가진 반에서 제일 완력이 쎈 친구가 똘마니 둘을 양 옆에 끼고 승재 앞을 가로 막았다. 승재는 멀뚱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그 도시락 니 꺼냐”

원펀치는 고개를 까닥이며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

승재는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순간 생각이 나지 않았다.

“개새끼야, 니 꺼냐고”

원펀치는 승재 앞으로 바짝 다가와 팔을 반쯤 들어 칠 듯이 위협적으로 말했다.

“선생님이 주신 건데....., 왜 그러는데”

“개새끼야, 이거 어머니가 선생님 드시라고 새벽부터 일어나 싼 도시락인데 왜 니가 가져 가냐고 이 존만한 새끼야”

원펀치는 눈을 부라리며 거칠 게 말했다. 승재는 참담한 심정이었다. 아구통을 한 대 갈겨주고 싶었다. 일대일로 붙으면 이길 자신도 있었다. 원장 수녀님을 생각했다. 수녀 선생님들을 떠올렸다. 자신과 민수는 소망의 집 희망이었다. 원장 수녀님은 틈만 나면 참아야 된다고 인내해야 된다고 당부했다.

“미안하다. 몰랐어, 여기 놓고 갈 게”

생각 같아서는 도시락을 원펀치 면상에다 집어 던져주고 싶었지만 행여 싸움으로 번질까봐 근처 조그만 바위에다 다소곳이 놓았다. 그리고선 원펀치 앞을 지나 민수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거지 같은 새끼, 주제도 모르고”

승재 뒤통수에 대고 원펀치는 빈정거렸다. 불덩이가 가슴에서 솟구쳤지만 승재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표정이 와 그렇노, 선생님이 뭐라 카더나”

민수는 도시락을 펼쳐 놓고 승재를 기다리고 있었다. 승재는 우두커니 서 말 없이 도시락을 쳐다보았다. 맨밥에 간장으로 조린 오뎅이 수북했다.  

“어서 묵자, 배고프다. 아이들한테 좀 미안타 그쟈, 다른 아들은 오뎅을 조금밖에 못 먹었는데”

민수는 나무젓가락을 쫙 째 승재에게 건네며 말했다. 간장에 조린 오뎅 반찬은 소망의 집 아이들에겐 최고로 인기 있는 반찬이었다. 승재는 민수로부터 건네받은 젓가락으로 오뎅을 밥에 걸쳐 우걱우걱 씹었다. 순간 갑자기 눈앞이 뿌여지더니 가슴이 콱 메였다.

“승재야 와, 무슨 일 있었나, 선생님이 뭐라카던데”

표정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민수는 밥을 씹으며 눈을 크게 떠 승재를 바라보았다.

“..........”

승재의 어깨가 가늘게 떨렸다.

“이 자슥이 니 지금 눈물 흘리나”

민수가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으~ 흑..........”

민수가 눈물이란 단어를 떠올리지 않았다면 참아보려고 했다. 삼키려 했다. 

“으~ 흑, 꺽, 꺽..........”

승재는 고개를 숙이고 어깨를 심하게 들썩였다. 민수는 뭔가 사단이 난 듯싶었다. 승재는 우는 놈이 아니었다. 강한 놈이었다.

그때 둘 앞에 도시락 하나가 툭 던져졌는데 마침 승재 도시락 위에 떨어졌다. 김밥 몇 개가 종이도시락 사이로 튀어 나와 바닥에 굴렀고 또 몇 개는 삐죽 튀어 나왔다. 민수는 고개를 들었다. 승재 반 싸움꾼 원펀치와 똘마니들이었다. 민수는 앉은 채로 셋을 쏘아 보았는데 순간 이 셋은 움찔했다.

“이 경상도 보리문둥이 새끼가 어디다 눈을 부라리고 지랄이고, 눈 안 깔어 씨발새끼야”

원펀치는 오른 발을 들어 여차하면 민수를 밟아 버릴 듯한 자세를 취하며 말했다.

민수는 원펀치와 승재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승재는 고개를 숙이고 말이 없었다.

“니들이 불쌍해서 인심 쓴다. 준 거 뺏는 것도 사나이가 할 일이 아니지, 많이 먹어라, 불쌍한 새끼들아”

원펀치와 똘마니 둘은 그렇게 조롱을 하고서는 돌아섰는데 가면서도 킥킥거렸다.

민수는 그 제서야 대략 상황 파악이 되었다. 민수는 셋을 불러 세웠다. 학교가 발칵 뒤집힌 건 그 셋이 한 달여를 병원에 입원해야 할 정도로 심하게 맞아서였고 원펀치의 어머니가 학교 자모회 회장을 맏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후 원펀치와 똘마니 둘이 병원에 있었던 날 수 만큼 민수는 학교에 갈 수 없었다.


승재는 경찰서 정문을 바라보며 줄담배를 피우며 초조하게 박재용을 데리고 오는 손형사와 김형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경찰서장 관용차가 현관 앞에 도착했고 취재진을 뒤집고 현관을 들어서는 것과 동시에 경찰서 정문 쪽으로 들어서는 손형사의 SUV 차량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