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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제주 올레길 1코스 후기

by 구름재 2016. 10. 5.


<2012년 11월 가족과 함께한 제주여행, 다랑쉬오름에서..... 멀리 성산일출봉이 보인다>


올해 환갑인 친구가 둘이다.

둘다 하는 일로 시간 내기가 쉽지 않은 관계로 10월 1,2,3일 연휴를 맞이하여 제주 올레길을 걸어보기로 하였다.

앞으로 제주도 갈때마다 올레길을 걷기로 하고 1코스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1코스는 종달리 시흥초등학교에서 시작해서 성산 광치기해변까지 14. 6km의 거리이다.

이 코스를 선택한 이유는 첫코스이기도해서지만  코스중에 오름이 있어서다.

2012년 제주여행때 다랑쉬오름을 올라보고 참 제주의 매력을 발견했다고나 할까,

오름에 올라서 내려다 보는 제주의 모습에 반한 뒤로는 더더욱 제주에 자주 가고 싶어졌다.


우리 일행  다섯( 나 친구 둘, 자연스럽게 우리모임 일원이 되어버린 임약사님부부)은 잠녀해녀촌에서 성게보말죽과 소라전복회로 아침식사를 하고 덕인당 보리빵집에서 보리빵 간식을 준비한후 시흥초등학교로 출발했다.

제주여행이 좋은 이유중의 또 한가지는 맛있는 음식이 풍부하다는거다.

친구중에 맛있는거 먹는게 여행의 전부인 친구가 있다보니 올레길 걷는거 못지 않게 이번 여행의 주 목적은 맛있는거 알뜰이 찿아 먹기다.

인터넷 폭풍검색질로 찿아낸 잠녀해녀촌의 성게보말죽은 대체로 합격점을 주고

덕인당 보리빵은 1코스 올레길 걸을때 필수아이템으로 강추하는바이다. 


시흥초등학교옆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드디어 올레길 걷기 시작

시흥초등학교는 운동장이 천연잔디이다.  참으로 고즈넉하고 평화롭다.

올레안내센터에서 패스포드 구입하고 기념스카프도 한장씩 사려했으나 어제 일본단체관광객들이 많이 와서 스카프가 동이 났단다.  올레길 중간 편의점에서 구입하란다. 그래서 장당 1000원이나 싸게 샀다.

올레 패스포드는 코스 중간 중간 마련된 스탬프를 찍어서 총 21코스까지 완성하게 되어있다.

대표로 나 혼자 구입해서 힘 닿는데까지 스탬프를 찍어보기로 했다.


소똥인지 말똥인지를 벗삼아 말미오름에 올랐다.

역시 탁 트인 시야 저 너머로 우도, 성산일출봉이 보인다.

바다와 구름과 하늘,  크고 작은 오름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런 풍경을 못잊어 다시 오름에 오른거지.

오름에 올라 해안가 말고 중산간 지역을 바라보며 잠시 원시의 시간속에 머물러 본다.

제발 이곳만은 깍아내고 파헤치고 뭔가를 세우고 그러지 말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알오름에도 올랐다. 언덕에서 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띁고 있다.


이제 마을길을 벗어나 해안길을 걷는다.

비릿한 바다냄새에 섞여 썩은 냄새가 난다.

바닷가에 자리한 카페 음식점들에서 바다로 연결된 하수구가 보이고 그곳 해안가에서는 해조류가 썩어가고 있었다.

해안가 돌무더기 사이사이에는 패트병등 온갖 생활쓰레기가 쌓여 있다.

제주도는 점점 망가져가고 있구나. 나 역시 거기에 일조하고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레길을 계속 걸어야하는 이유는 뭘까?

예전에 산에 오르며 힘들었던 시간들을 극복해 낸 경험으로 어딘가를 오르고 걸으면서 마주하는 자연과 그곳에서 느끼는 희열이 나에게 많은 위안을 준다.

제주 올레길 걷기를 계속하고 싶은 이유다.


성산일출봉 밑에 도착하니 많은 사람들이 일출봉을 오르고 있다.

중국관광객이 대부분이다. 

제주도 같은 섬이 한두개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드디어 광치기해변

광치기해변은 4.3 사건 유적지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해변에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다니 제주의 아픔을 품은 곳에서 또다른 제주의 모습을 보았다.

여행지로서의 제주가 아닌 할퀴고 상처받은 제주의 모습도 우리가 알아야 할 제주의 모습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걸을 수 있을지 다른 올레길도 기대가 된다.

그러나 한편으론 걷기를 거듭하면 할수록 만나게 될 제주의 망가져가는 모습들이 겁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