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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마스떼

안나푸르나 라운드[7]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12. 6.

10월19일
방을 바꾸면 뭐하나. 바꾼 방에서도 쥐랑 함께 노느라 한 숨도 못 잔 걸. 핫팩에 담았던 물로 겨우 이만 닦고 7시에 오늘의 목적지 해발 4800m인 하이캠프로 출발. 산 사태로 험한 돌산을 걷고 또 걷는다. 머리 위에서는 일부러 겨낭한 듯 바람에 돌이 떨어지고 발 밑은 아찔한 절벽이다. 일단 2시간 30분 쯤 걸어 토롱페디에는 도착했는데 체력이 떨어져 힘들어 하는 일행들과 하이캠프를 오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와 병철씨만 빼고 일행 모두가 고산증 약인 다이나막스를 먹기 시작했다. 고산증은 남녀노소,체력과도 상관이 없다 한다. 다이나막스 이외에도 비아그라가 고상증에 효과가 있다하여 누구는 비아그라를 먹기도 하고 홍삼이 좋다는 말에 나는 출발하기 전 한국에서 홍삼액을 부지런히 먹었다. 참 그리고 마늘스프가 좋다는 포터들의 말에 따라 모두들 하루에 한번씩은 마늘스프를 꼭 먹었다.히말라야 트레킹을 준비하면서 읽은'사진을 보면서 읽는 네팔,히말라야'에서는 고산증에 대하여 이렇게 말한다.
"이른바 AMS(Acute Mountain Sickness)라고 하는 이 증상은 보통 고도 3000m 이상에서 나타날 수 있다.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산소가 부족해진 우리 몸이 적응을 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증세다. 가벼운 두통,소변을 자주 보게 되는 현상,약간 숨이 차고 피로감을 좀 더 느끼는 정도의 이런 가벼운 증상은 적응 과정이므로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물이나 차 등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리고 3000m 이상의 트렉을 계속해서 올라가는 중이라면 한 번에 너무 빠른 속도로 많은 거리를 이동하지 않는 것이 좋다(적어도 500m 정도마다 쉬어가며). 간혹 코피가 나거나 구토,얼굴과 입술이 새파래지는 등 증상이 심각한 경우에는 바로 내려가야 한다. 방치하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인데 불과 3~400m만 내려와도 고산병 증상이 사라진다"
고도가 5000m에 가까워 지니 고산에서만 산다는 야크를 곳 곳에서 만난다. 야크는 버팔로와 비슷한 외양을 가졌는데 털이 뻣뻣한게 아주 길고 뭐랄까, 참 품위있게 생겼다. 초식동물이라 아주 순해 길을 가다가 사람을 만나면 한쪽으로 길을 비켜주고 가만히 서 있다가 지나가고 나면 다시 움직인다. '예의 바르고 품위 있는 동물'이다. 야크는 고산에 사는 사람들에게 우유와 ·고기를, 죽어서는·가죽·털 등을 제공하는 없어서는 안 되는 아주 귀한 동물이다. 짐을 나르는 데도 유용하다. 그래서인지 모든 야크가 다 머리 털에 염색을 하고 있다. 빨강 노랑 파랑...뉘 집 야크인지 표시해 둔 것이리라.
 

예의 바르고 품위 있는 야크

오늘 하이캠프까지 올라가 두지 않으면 5416m인 토롱라를 넘어야 하는 내일이 더욱 힘들어지므로 상의 끝에 하이캠프까지 가기로 한다. 급경사다. 모두들 숨이 가빠오고 한발 한발 옮기기가 천근만근이다. 아무도 말이 없다. 그저 묵묵히 발 걸음만 옮길 뿐. 나래스가 은정씨의 짐을 달라 해 제 가슴에 안는다. 제 등 뒤의 짐만으로도 벅찰텐데 그 마음씨가 아리고 고맙다. 그들의 하루 일당이 650루피. 우리 돈으로 겨우 1만원이 좀 넘는 돈이다. 그 돈으로 밥도 사먹고 숙박비도 내고 한다. 물론 포터들에겐 우리 보다 더 싸게 받고 곳에 따라서는 공짜인 듯도 하지만. 그나마도 경쟁이 치열해 더 적은 일당에 더 많은 짐을 질 수 있다 하고 나서는 열 다섯살짜리 아이도 있으니 그들의 눈에 비치는 우리는 어떤 사람들일까.



짐 지고 이동하는 포터들

드디어 하이캠프에 도착. 눈이 쌓였다. 하이캠프에는 규모가 큰 롯지가 딱 하나 있다. 방에 들어가 좀 쉬고 싶지만 냉기가 휙 도는 방에서 도저히 누워있을 수가 없어 온기는 없어도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다이닝룸에서 뜨거운 찻잔에 손을 녹이며 앉아있다. 내일은 라운딩 최대 고비인 토롱라를 넘어야 한다. 정오엔 바람이 심해 오전에 토롱라를 넘어야 하므로 늦어도 새벽5시에는 출발해야한다. 그러자면 새벽4시에는 일어나야 할 터. 씻기는 커녕 이도 못 닦고 모두 일찍 잠자리에 들기로 한다. 핫팩에 뜨거운 물을 담아(400루피)침낭으로 들어간다. 하필 토롱라를 앞두고 카메라 밧데리가 다 됐다. 날이 추우니 밧데리도 금방 닳는다.

레더->토롱페디->하이캠프(5시간)

                        인증 샷^^  나제스와 나래스 등 뒤의 짐이 다였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