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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마스떼

안나푸르나 라운드[3]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11. 26.

역시 선빵이 최고다. 주먹질도 그렇지만 화해도 그렇다. 은정씨가 먼저 화해의 악수를 청하고 나니 벌쭘해진 종환씨가 은정씨 뒤만 따라다니며 점심을 굶어서 어쩌냐 쵸콜렛이라도 먹겠느냐,가방 들어줄께...설레발이다. 은정씨가 선빵 제대로 날려주었다. 아무렴 져 주는게 이기는 거다. 좀 더 가자니 뒤에서 누가 우리를 부르는데 한국말이다. 이런...주미와 은영씨(아이고... 나제스 나래스나 은정 은영이나...)다. 우리가 출발하기 전 날 산촌다람쥐에서 만난 아가씨들인데 ABC코스(Annapurna Base Camp)를 하려다 우리를 만나 방향을 바꿨다. 함께 출발하고 싶어했으나 트렉허가증을 받지 못해 다음날 뒤 따라 오겠다 했었다.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이렇게 산 속에 들어와  만나니 여간 반가운게 아니다. 우리보다 하루 늦게 출발해 5일만에 따라 잡았다. 병철씨와는 네팔로 넘어오기 전 인도 여행중에 이미 한번 만났던 사이로 반가움이 좀 더 각별하다. 이렇게 해서 일행이 여섯명으로 늘었다.
역방향으로 내려오는 팀들이 있어 알아보니 지금 마낭에 눈이 많이 내려 넘지 못하고 다시 내려오는 중이란다. 아..이런 복병이.잠깐 고민했지만 예서 말 수는 없는 노릇, 그대로 가기로 한다. 우리와  자주 마주치던 한 팀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심각하다. 포터가 가방을 던지고 가 버렸다는 것. 쌤통이다. 건장한 것들이(안 건장해도 그렇다)포터에게 엄청난 짐을 지게하고 탈래탈래 가더니...보는 우리가 다 미안했다. 가끔 그런 사람들이 있다. 포터를 산행을 도와주는 파트너로서가 아닌 돈 몇 푼으로 짐꾼으로 부리고 대하는 사람들. 심각하면 뭐하나.이제 지 들이 다 지고 다녀야지.

꼬시다

오늘의 목적지는 피상이다. 피상은 윗 마을과 아랫마을이 있는데 트레커들이 주로 묵는 아랫마을을 마다하고 우리는 윗 마을로 가기로한다. 산 꼭대기에 자리 잡은 윗 마을의 전망이 뛰어나기 때문인데 거의 죽을 뻔했다. 마을은 눈 앞에 뻔히 보이는데  구불구불 계단으로 이어지는 길은 끝이없다. 롯지가 많지 않아 방이 거의 다 찬 관계로 우리는 2인 1실로 들지 못하고 화장실이 바로 옆인 도미토리로 안내되었는데 화장실과 방의 천정부분이 뚫려있어 냄새가 기막히다. 그 길을 다시 내려 갈 수도 없고..어쩔 수 없이 짐을 푼다. 그러나 창으로 보이는 강가푸르나의 전경 앞에 입이 딱 벌어진다. 새벽엔 창을 통해 일출도 볼 수 있다하니 화장실 냄새 따윈 바로 잊고 만다.


            피상 윗 마을

오늘 종환씨와 다툼을 벌인 은정씨가 결국 몸살이 나고만다. 열이 나고 추워 침낭에 들어가 꼼짝 못하고 누워있다. 감정이 상해 기력을 소진하고 점심도 거른 탓이다. 안 그래도 체력이 가장 약해 신경이 쓰였는데 걱정이다. 따뜻한 생강차와 감기약을 챙겨주고 우리는 곰파(사원)로 올라간다. 이곳 피상에 있는 곰파는 규모가 꽤 큰 편이다.


            곰파 가는 길

입 맛 없어 저녁도 거의 먹지 못한 은정씨를 위해 서울에서 내가 가져와 아껴 먹던 라면을 끓여주니(병철씨가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신기한 발열제를 가지고 왔다)  눈물 콧물 훌쩍이며 국물에 밥까지 말아 다 먹는다. 우리는 그동안 라면 하나 끓여 네 명이 먹었다. 우리와 자주 만나 우리 일행과 친해진 프랑스 친구들이 이웃 롯지에 있다가 쵸콜렛을 들고 병문안을 와 한참을 웃고 떠들다 간다. 이 친구들은 서로 이웃집에 사는 이웃 사촌들로 지금 1년 넘게 세계여행중이다. 나이도 스물다섯,서른다섯으로 무려 열살이나 차이가 나는데 둘 다 보통 장난꾸러기가 아니다. 어떤 뛰어난 풍광도 사람풍경만 못하다.
차메->브라탕->듀크레코카리->피상(5시간 30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