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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잡생각

프로테이지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11. 13.

내키는대로 손까락운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하나 더 생겨 반가운 한편, 어떤 식으로 내 블로그와 팀블로그에 실을 글을 나눌 것인가? 머리가 지끈거리긴 하다. 뭐...그거 따져서 무신 뜻 깊은 결론이 나올 것이며 설령 심오한 구별법을 찾는다 해서 인생에 도움이 된다는 보장이 있겠어? 근데 인생에 도움이 되는 건 당췌 어떤 거지? 일단 이 글을 보며 덩달아 머리가 지끈거리게 된 이가 생긴다면 이 글의 보람, 소기 목적은 달성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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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터에서 오랜만에 만난 지인과 이야기하다가 그 이가 '프로테이지'라는 단어를 쓰기에 되돌아 봤다. 뭐, 그 자리에서 내가 느낀 바를 이야기하진 않았다. 겪은 바 그런 이야기가 서로의 관계에 보탬이 되는 경우는 지극히 드물거든. 그 단어는 '퍼센테이지', '퍼센트', '퍼센티지', '프로' 중 어느 하나를 쓰면 무난할 게다. '퍼센트'라는 게 굳이 따지면 라틴계 100, 1/100을 나타내는 centi에서 나온 cent (100개 모으면 1달라가 됨), '1개의'를 뜻하는 'per'와 결합하여 per cent가 백분율의 뜻을 가리킨단다. (그게 어떤 경로로 '프로'가 동일어가 되었는지는 도통 모르겠다)

근데 '프로테이지'는 사전에 안나오는 잡종교배 어휘 되겠다. 글치만 웬간한 사회적 지위, 배경을 가진 이들도 흔히 쓴다. 그 중엔 영어라면 남부럽지 않다는 이도 꽤 있다. 포탈검색에서 찾으면 '사전에 나오지 않습니다'는 안내문이 뜬 바로 아래 그 표현을 쓴 오만 게시물이 출력되는 희귀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이건 '노가다'(일본 사람은 그게 무신 말인데? 라며 생경해 하지만 한국에서는 널리 일본말이라고 여기며 쓰여지는 단어, '土方'에서 나왔겠지만 발음은 'dokata'가 더 가깝다)와는 또 다른 유형이다.

자, '프로테이지'란 말을 쓴 이에게 "그거이 말이지, (per, cent, pro의 어원을 설명하며) 사전에 안나오는 말이거든?"이라고 지적하면 흔쾌히 받아들이는 이 드물다는 것이 이 글의 주제 되겠다. 심지어 인격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여 상당량 관계가 머쓱험악해지기도 한다. 왜 그런 현상이 발생할까? 지적하는 이가 자아내는 분위기의 문제일까? 암만 너를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조심스럽게 접근해도 상대가 되돌아보며 교정하는 단계로, 긍정적인 결과를 내기가 어렵다.

거기서 더 발전(?)하면 자기합리화로 날아가기도 한다. 예로써 '어서오십시" 가 그릇된 어법임을 지적했을 때 '어서오십시오'가 맞다는 것은 알지만 '요'라고 말하는 편이 보다 부드러운 느낌이 들어 일부러 그리 쓴다는 대답이 돌아올 때. 하긴 알고 쓴다는데야 뭐라 할 이유는 없다. 그런데 그리 반응하는 이에 대한 내 서운함의 근원은 또 무엇일까? 그런저런 까닭에, 나는 웬간해선 지적하지 않는다. 뭐, 후배나 부하 직원인 경우에는 마구 질러대는 편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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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프로테이지가 그릇된 어법이라는 걸 알았다고 그 이 보다 우월한 인간이라는 걸 뜻하지는 않는다. (당췌 우월한 인간이 뭐하는 물건인지 몇 페이지 넘어간들 답이 안나오는 일이겠지만) 더구나 내가 쓰는 어휘, 어법에 그보다 황당한 것도 얼마든지 있을 게다. 그걸 지적당한다 해서 내 인격을 개무시하는 것으로는 인식하지 말자고 새삼 다짐하는 게다. 하다 못해 어법 때문에도 이런 지경이니 가치관, 사고 방식을 다루는 대화는 얼마나 어렵겠나, 깨지기 쉬운 물건이므로 조심 살살 다뤄야 하는 게다. (2009.11.13)

덧글 : 티스토리 필명에 '솔바람'이란 이가 먼저 있었던 듯, '섬그늘'로 등록했심다. 뭐, 팀블로그 내에서 필명을 바꾸는 방법은 없겠지요? 이 참에 새 이름으로 놀아 보자는 마음 한 구석에 뭔가 서늘하군요 --+ 희한한 일이야...